앵화 만개(櫻花滿開)
하늘에서 내려와
겨울을 물들이는 순결한 눈송이
차갑고 한없이 약한 눈송이
고결한 천신(天神)의 걸음에서 피어난 자그마한 빙화(氷花)
봄이 다가오면 그 몸 녹아 내려서 어디로 가는가.
대지로 스며들어 하나의 생명을 찾아내고
그 하나의 생명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고결한 죽음으로 피워낸 수만의 생명
더없이 새하얀 천녀(天女)의 후손
하늘을 수놓고 대지를 덮는 수처, 아니 수만의 선녀(仙女)들
보드라운 붉은빛을 띄며 고귀한 손길로 세상을 어루만지는
십만 송이의 앵화(櫻花)
겨울은 죽어서 봄이 되었고
눈은 사라지되
그 흔적은 지워지지 않고
십만 송이의 벚꽃이 되어 세상을 품에 안노라.
십만 송이 벚꽃의 만개
(十萬櫻花滿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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